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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용 교수,<빅테이터로 알아낸 고전음악 원리>
- 관리자 |
- 2015-05-28 1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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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주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클래식 음악의 대가로 알려진 베토벤과 모차르트. 이들이 하나의 소셜네트워크 망으로 연결돼 있다면? 국내 연구진이 조금은 엉뚱한, 하지만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궁금증으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박주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팀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서양 고전음악의 창작, 협력, 확산의 원리를 밝혀냈다. 예술가들이 서로 연결된 패턴을 이해한 해당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해외 저널인 ‘EPJ 데이터 사이언스’ 지 4월 29일자 하이라이트 논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주용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 박주용
복잡계 과학 이용해 문화를 연구하다
박주용 교수팀은 고전음악 작곡가들의 시대와 스타일이 어떤 패턴을 이루는지 탐구, 수 백 년의 차이가 있는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긴밀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서양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의 소셜네트워크를 분석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SNS를 통해 사람들이 연결된 네트워크 그림을 상상하면 됩니다. 저희는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까지 500년 가까운 서양 음악 역사를 장식한 1만4천 명의 작곡가를 다뤘습니다. 그 사람들이 SNS나 전화로 이야기했을리는 만무하겠죠.(웃음) 다른 방식을 통해 네트워크를 만들었는데요, 바로 빅데이터입니다. 6만4천 장에 달하는 서양 클래식 음반(CD) 카탈로그를 사용했어요. CD가 있고 CD에 등장한 작곡가들이 있는데, CD와 작곡가들 사이에 연결선을 그으면 ‘CD-작곡가 양분 네트워크(bipartite network)’ 라는 게 생깁니다. 저희는 이 네트워크를 분석한 것이죠.”
본격적인 연구 설명을 듣기 전, 과연 이 연구를 왜 진행했는지가 궁금했다. 왜 서양 음악가들의 네트워크에 집중하게 된 것일까. 이를 질문하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예술가는 결코 혼자 작품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며 운을 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 음악과 그림, 문학 등 이러한 모든 것들의 공통된 특징 가운데 하나를 이야기 하라면 어떤 것 하나도 작가가 홀로 떨어져 작품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겨나죠. 새로운 사조, 형식, 스타일 등 모든 것이요. 때문에 그 창작자들이 서로 연결되는 패턴을 이해해야 문화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얽힌 관계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서양음악 전체를 한 번에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런 이유에서 수만장에 달하는 CD를 카탈로그 빅데이터로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박주용 교수는 통계물리학을 전공한 물리학도다. 통계물리학은 수만, 수십만 개 이상의 물체가 만나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현상을 이해하는 복잡계 과학의 근간이다. 그러다보니 사회학과 생물학, 생태계 같은 분야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박주용 교수는 이를 전혀 새로운 곳에 적용한 셈이었다. 지금껏 복잡계 과학을 이용해 문화를 연구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연구 결과 수 백 년의 차이가 있는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긴밀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의 음악적 취향이 고전음악 성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규명할 수 있었어요. 시간의 차이가 있는 이러한 음악가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존재한다고 하니, 이건 과연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실 텐데요. 한 마디로 ‘세상 참 좁구나’ 라고 여기시면 될 것 같아요.(웃음) 우리가 보통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 할 때 ‘서 너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다’ 라는 말을 하곤 하죠. 헌데 서양 작곡가들 사이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연구 결과 실제로 두 작곡가 사이의 평균 거리가 3.5로서, 정말 서 너 다리만 건너면 연결돼 있는 구조를 갖고 있더군요. 저희가 사용한 데이터가 중세와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까지 500년을 담는 1만4천 명의 작곡가였다고 생각하면 정말 흥미로운 발견이었어요.”
고전 음악의 네트워크를 나타내는 조감도 ⓒ KAIST
삶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데이터
대중들이 많이 알고 있는 서양음악사를 거론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곡가 이름은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다. 박주용 교수는 “이번 네트워크 연구 결과 역시 이들 작곡가의 이름이 거의 예외 없이 가장 먼저 나온다”며 “예를 들어 작곡가 네트워크에서 직접 연결된 사람들의 숫자를 나타내는 차수(次數, degree)를 재보면 바흐는 1천551명, 모차르트는 1천86명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작곡가 전체 평균 숫자인 15명과 비교했을 때 수십 배 혹은 백 배가 넘는 수다. 또한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같은 낭만파가 대부분의 상위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저희는 1만4천 명의 작곡가를 다뤘습니다. 때문에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이름도 굉장히 많아요. 그렇기에 더욱 궁금했죠. 이 수많은 작곡가들 사이에서 우리가 알만한 유명 작곡가의 비중과 위치는 어디일지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저희는 작곡가들의 태어난 해를 살펴보기도 하고, 국적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발견한 것은 사실상 바로크, 고전파, 낭만파들보다 현대의 작곡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었어요. 적잖게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이 문제를 조금 더 살펴보았죠. 음반 녹음 시장이 시간에 따라 변하고 성장하는지를 본 것이죠.”
그 결과 음악 녹음과 감상 기술이 발전한 현대는 많은 작곡가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음반을 취입할 수 있게 됐으며, 이에 따라 경쟁 또한 매우 심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과거로부터 전해진 유명 작곡가들은 꾸준하게 인지도를 쌓아나가면서 발매되는 음반도 많아지고 있었다. 박 교수는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분명 현대 작곡가 가운데서도 바흐와 필적할 만큼 인지도를 지닌 사람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소수의 유명한 작곡가’와 ‘다수의 현대 작곡가’를 통해 다양성이 유지되는 것이 서양 클래식 음악의 특징”이라고 이야기 했다.
고전음악의 분석이 현대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묻자, 박주용 교수는 “고전과 현대라는 구분보다는 그저 ‘서양음악’ 이라는 카테고리만 있을 뿐”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고전음악이 옛날 음악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연속적인 음악의 형태라는 것이었다.
“왜 현대음악은 낭만파 음악처럼 잘 들을 일이 없을까, 궁금해 하셨던 분이 있다면 이제부터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배경음악을 잘 들어보세요. 우리가 잘 아는 감미로운 낭만파 음악과는 다르겠지만 그 음악을 작곡한 현대의 작곡가들은 십중팔구 낭만파 음악을 통해 음악을 배운 사람들일 겁니다. 문화는 과거의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니까요. 저희는 연구를 통해 이러한 연결고리를 밝혀내고 싶었고요.”
이번 연구는 평소 문화와 새로운 현상에 흥미를 느끼는 박주용 교수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실제로 그가 미시건 대학교 박사학위를 공부할 때도 미식축구에 푹 빠졌으며 음악감상은 지금까지 그와 뗄 수 없는 취미기도 하다.
“취미와 공부를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시작한 연구에요. 최근에는 뜻하지 않게 건축가과 예술가, 두 분과 함께 제주도에 ‘팡도라네’ 라는 건축물을 디자인 해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흔한 현무암의 표면을 디자인하는 것이 제가 맡은 일이었는데, 디자인의 수학적인 조건만 주고 나서 컴퓨터로 하여금 난수를 발생시켜 자동으로 디자인하게 하는 것이었죠. 이처럼 세상에는 새로운 게 많습니다. 연구를 통해 그것들의 원리와 관계를 잘 파악하고 싶어요.”
http://www.sciencetimes.co.kr/?p=136581&post_typ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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