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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재 교수, <한국일보> 삶과 문화 / 알고리듬과 공동체
  • 관리자 |
  • 2014-08-05 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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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우버 택시와 콜택시는 어떻게 다른가? 일단 회사와 고객 사이의 거래가 아니라 개인들간의 거래라는 점이 다르다. 자기 자동차로 운전까지 해줄 용의가 있는 사람과 이를 필요로하는 사람 사이의 직접 거래라는 점에서 "공유하는 경제"의 한 예로 거론된다. 
 
 
하지만 우버엔 공유경제보다 더 중요한 특징이 있다. 우버에서 고객은 운전기사의 과거 행적을 미리 알아보고 선택을 할 수 있다. 운전기사가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하고, 믿을만한 지를 우버 네트워크 상의 평판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승객은 훨씬 안전하고 만족스런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때문에 우버는 "평판을 이용하는 경제"라고도 불린다. 우버식의 평판경제는 영화에 매겨지는 네티즌 별점과는 다르다. 우버에서는 운전자도 고객을 평가한다. 손님이 얼마나 매너있는지, 과도한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정보를 통해 운전자도 손님을 선택할 수 있다. 이같은 양방향의 평판 시스템은 자신의 집을 빌려주는 에어비앤비에서 훨씬 요긴하다. 운전을 해주는 것보다 집을 빌려주는 것이 거래에서 야기될 수 있는 리스크에 훨씬 취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자본시장으로부터 천문학적인 투자를 유치했다. 평판경제의 시장 가치가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평판경제가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버는 사실상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의 전조이다. 현재 네트워크 기술은 운전자와 고객을 넘어 그야말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연결시키고 있다. 이미 우리는 전자기기, 상품생산자, 서비스기획자, 정부까지 망라한 거대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우버가 운전자와 고객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록하듯이 "모든 것의 인터넷 (IoT: Internet of Things)" 은 이들 연결 주체들 사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차체에 설치된 GPS 센서 신호를 받아 포드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운전습관은 물론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개인별 패턴까지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IPTV를 사용하는 개별 가정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스마트폰만큼 일반화되면 국민 대다수의 개인 신체 정보는 실시간으로 수집될 것이다.
 
 
 
웹 2.0의 창시자로 불리는 팀 오라일리는 이 같은 초연결이 앞으로 정치를 대체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만약 개인화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제공할 수 있는 알고리듬을 만들 수 있다면 기존의 법률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개인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기존의 법률은 비효율적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속도를 중앙에서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고속도로 전체의 정체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 개인별 생활 습관에 따라 의료 보험료를 차등 적용할 수 있다면 공공 의료를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알고리듬은 실시간 데이터를 통해 끊임없이 최적화될 것이고, 이에 입각한 규제는 사회 전체를 최적화시킬 것이다.
 
 
 
우버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반응만큼, 알고리듬을 통한 규제도 현실적인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알고리듬 규제가 현재와 개인에 대해 과도하게 집중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불안도 함께 짙어지고 있다. 센서의 다발 속에 파묻힌 개인들의 현재 행동을 분석해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시나리오는 세월호 선장과 선원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가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이 논리의 헛점은 "먼 원인의 뒤늦은 촉발"과 같은 복잡한 인과 관계를 미리 봉쇄한다는데 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의 역사와 공동체에 깊이 결부되어 있다. 정부와 선박회사는 물론이고 희생자 가족을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들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함께 직시해야 할 것은 우리가 공유해온 가치와 이를 통해 함께 만들어온 규범과 제도에 대한 아픈 기억이다. 센서가 측정하지 못하는 공동체의 역사를 우리는 문화라고 부른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이 이 같은 문화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오늘날 구글트렌드와 트위터가 전해주는 현재와 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성찰적으로 읽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자. 그 사이 알고리듬은 공동체의 문화까지 독해할 정도로 진화할 지도 모른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회학)
 
 
기사원문보기
http://www.hankookilbo.com/v/c6544d8828164f08a465a4ae9514e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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